1. 물가가 오르면 다 인플레이션일까?
“요즘 너무 비싸졌다”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이 5천 원을 넘고, 점심 한 끼가 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우리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부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 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다든지, 유가 급등으로 교통비가 인상되는 경우는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이라 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상승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때를 의미한다.
2. 인플레이션의 원인 – 왜 오르기만 할까?
인플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 말 그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아져 사람들의 소득이 늘고 소비가 활발해지면,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도 잘 팔린다. 그러다 보면 전반적으로 가격 수준이 오르게 된다.
•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생산 비용이 상승할 때 발생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물류비 상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은 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이 두 인플레이션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예컨대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비용 상승을 유발했고, 동시에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는 수요를 밀어올렸다.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게 되었다.
3. 디플레이션은 좋은 걸까?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모든 것이 싸지는 걸 의미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지금 사는 것보다 나중에 사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의 수익도 줄며,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일본이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이후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장기 침체는 디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사례다.
디플레이션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미래에 대한 불안, 소득 감소, 고령화 등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물가 하락을 불러온다. 그러니 단순히 ‘물가가 내려가서 좋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4. 중앙은행의 역할 – 물가의 수문장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물가의 파도를 조절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중앙은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려 한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는 금리를 낮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금리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물가를 좌우하는 요소는 금리 외에도 정부의 재정정책, 노동시장 구조, 국제 정세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공급발 인플레이션처럼 금리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한다.
5.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 실질임금과 생활물가
뉴스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 같은 통계를 자주 보지만,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품목이 평균적인 물가지수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취생에게는 외식비, 월세, 교통비 등이 더 중요할 수 있고, 자녀가 있는 가정은 교육비와 육아비용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사람마다 ‘체감 물가’는 다르다.
또 중요한 것은 ‘실질임금’이다. 월급이 3% 올라도 물가가 5% 오르면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도 남는 게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6. 결론 – 물가를 읽는 눈, 경제를 이해하는 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 용어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어느 쪽이든 지나치면 문제이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물가 지표, 기준금리, 중앙은행 발표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를 안다’는 것은 곧 ‘우리 삶의 흐름을 읽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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